2013.12.22
세월은 제살 제가 파먹으며 사라지는 낮 도깨비 같은거죠
사랑도 제살 제가 파먹으며 꺼져가는 모닥불 같은거죠
제살을 남에게 던져 먹이로 주는 할매
할매보살이여
당신이 걸어간 발자국마다 핀 꽃이
우담바라였구려
볼 것 못 볼 것 다 감춘 눈두덩이
서리테 콕콕 박힌 빵처럼 부어 올라 시야가려도
속눈으로 하늘나라 보고 있는 할매
할매보살이여
입가 깊게 파낸 미소, 모든 것 퍼다버린 얼굴, 제 아픔
안으로 심어, 백년을 징으로 다듬은
돌방에 할매보살로 앉았구려
이승은 괴로움의 옷입고 이리저리 딩굴다가
빈손 툭툭 털고 떠나야 하는 곳
사랑도 던지고, 하나 뿐인
목숨도 던지고, 던져서 돌아 온 천년의
돌몸으로 자비롭게 앉은 할매
할매보살이여
신라인의 부처여
불곡 석불 - 김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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