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툭사발 같은 화병 위로
한껏 멋을 부린 봄이 내려 앉았다
콘크리트 벽으로 치장한 서른평 남짓 감옥같은 아파트에
흙 한 점 밟지 못하는 그대들에게 사식처럼 온 위문편지
첫사랑 화사함과 깨알같은 향기로
꿈결같이 지난 일주일
지폐 몇 장에 바꿔진 봄이지만
향기의 여운 혼탁한 영혼을 깨우고
그믐으로 치닫는 하현달 처럼
저 화사함도 어느 순간 임종을 맞을테지
볼품없는 모습으로 시든다고 흉볼 자 누구인가?
사는 동안 주위에
고운향 얼마나 적선했소 그대는?
오호 통제라!
고운 꽃 한송이 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