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습작

은장 황룡 깊은골 햐늘 향해 배꼽 내밀고 누운 주인 잃은 갑옷의 무리들을 보았소 한몸처럼 묶어주고 결구하는 소통의 달인 은장 그 은장도 도적은 이기지 못했다오 세월도 이기지 못했다오 먼 훗날 공덕 닦는이 만나 윤회의 인연 닿으면 다시 돌 속으로 숨어들어 제 본연의 모습으로 두 손 꼭.. 더보기
산으로 간 고래1 천형(天刑)인가 내 살과 바꾼 비석인가 바위에 갇힌지 수 천년 생태둑으로 수위조절로 나를 더 가두어 두려는 끝나지 않은 갈등 이제는 자유롭고 싶다 윤회로 삶 다시 얻는 날 가련다 할머니 어머니 노닐던 그 바다로 돌아 가련다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에 부쳐 더보기
7번 국도 호랑이 등줄기 타고 내리는 핏줄같은 고마운 너 산구비 돌때마다 숨바꼭질 하듯 불쑥불쑥 뛰쳐 나와 마중하는 동해바다 갯마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덤으로 주어지는 시각의 행복 육군 일병의 휴가길이기도 먼지 폴폴거리며 장마당 갔던 할머니 짐보퉁이 싣고 다니던 숯검댕이 석탄.. 더보기
화병속의 꽃 막걸리 툭사발 같은 화병 위로 한껏 멋을 부린 봄이 내려 앉았다 콘크리트 벽으로 치장한 서른평 남짓 감옥같은 아파트에 흙 한 점 밟지 못하는 그대들에게 사식처럼 온 위문편지 첫사랑 화사함과 깨알같은 향기로 꿈결같이 지난 일주일 지폐 몇 장에 바꿔진 봄이지만 향기의 여운 혼탁.. 더보기
황둔사지 이 보시게 젊은이 여기다 밭을 일궈 어쩌려구 부처님 계시던 대웅전 앞마당이 아니던가 동대봉 깊은골 망초 이불로 치장한 천년잠 아흔 아홉개 암자의 번성도 아웅다웅 인간세계 중생들의 삶도 억겁의 세월 앞에서는 한낱 먼지조각 멧돼지 가족 밤새 밭 일군 폐탑 앞 서니 탑돌이 치성드.. 더보기
산으로 간 고래 작살 맞은 고래 계곡 바위 속으로 숨다 수천년 세월 흘린 피 모여 강 되었을까 바다를 그리다 그림 화석 되었을까 무심한 강물 지금도 뭇 생명 젖줄되어 바다로 흐른다 산으로 간 고래 인간의 이기심에 몸살 앓는다 거대 암반 화폭에 담긴 수천년 삶의 흔적 스러진다 허물어진다 창해상전.. 더보기
석등 봄 바람 그 미풍에도 연잎은 하늘 거린다 화사석 창호의 선명한 못자국 고운 명주 비바람 막았을까 희끄무레 법등명 아래로 동자승들 웅얼거림 듣는다 웅대한 석등 지켰을 안상 안 팔부신중 천 년전 그 자세 흐트러짐 없다 다시 올 천 년에도 변함없을 상대석 앙련 하대석 복련 아- 흥륜.. 더보기
양남 주상절리 옛날 옛날 그 옛날 지구 심장이 내뿜는 뜨거운 피로 세상을 바꿨지 사생아 처럼 바닷가로 밀려난 용 한 마리 누운 비늘로 승천을 꿈꾸며 이천만년을 준비하고 있슴인가 일천 수백년 전 문무대왕 동해의 호국신 되었을 때 호위신으로 활동하다 지금은 휴식 중인가 누운 비늘 올올이 세우.. 더보기